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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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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 성인이 돼서야 서브웨이에 처음으로 가보았다. 이름에서 느껴지는 도시의 향기를 느끼며 입장한 서브웨이는 내가 평소에 보지 못했던 생소한 구조였다. 본능적으로 길게 늘어선 줄의 가장 후미로 이동 후, 주문 프로세스를 곁눈으로 살펴보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주문 프로세스를 이해하지 못한 채 내 차례가 되었고, 자꾸 나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직원에게 압박을 느끼며 주문을 완료했고, 그렇게 나온 메뉴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 그 후로 서브웨이에 방문할 때는, 내가 서브웨이 메뉴에 대해서 잘 모르는 촌놈이란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시니컬한 목소리로 [추천해 주세요]라는 말만 반복했었다. 마치 [나는 내 선택 기준이 있지만 오늘은 그럴 기분이 아니야]란 자세로. 그렇게 나온 메뉴가 나의 마음에 들던, 안 들던,..
급식 고등학생 때 급식은 항상 불만의 연속이었다. 원하지도 않는 음식을, 원하는 만큼도 못 받아가는, 불만에 불만이 겹친 아주 불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직장인이 된 지금 점심식사는 고민의 연속이다. 윗 분들과의 식사는 시기적절한 메뉴를 제안해야 하므로 그날의 날씨와 온도, 그날의 상황 등을 머리 아프게 고민해야 한다. 다만, 식대보다 비싼 음식을 먹을 확률이 높아진다. 팀원들과의 식사는 메뉴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나, 독단적으로 선택하면 볼멘소리를 듣게 된다. 식후 커피로 달래거나, 적절한 메뉴를 선택하지 않으면, 팀원들이 GPT에게 [팀장에게서 점심식사 메뉴 선택권을 뺏어오는 방법] 따위를 물어보는 모습을 보게 된다. 나 혼자 먹을 때에도 많은 고민을 한다. 점심시간을 아껴야 될 때도 있고, 맛있는 것이 ..
사천요리 대림. 각종 미디어를 통해 선입견을 가진 지역이다. 각종 강력 범죄가 자주 일어나며, 불법이 일상인 동네. 혼자서는 절대로 가면 안 되는 지역. 낮에 가야지 그나마 안전하다는 말도 들었다. 서울에서 20년 가까이 살면서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던 곳을, 중국 관련 업무를 진행하면서 처음 방문했었다. 그리고 중국 관련 업무를 진행하면서, 첫 회식과 마지막 회식을 진행한 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처음 직장 동료들과 대림에 왔을 때, 긴장을 무척 많이 했다. 자칫 사고가 나지 않을까 주위를 살피면서 길을 걸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대림역에서 나와 골목 안으로 조금 더 걸어갔을 때, 생각보다 깔끔한 거리에 한 번 놀라고, 중국 느낌이 물씬 나는 가게들에 두 번 놀라고, 여느 서울의 골목과 다르지 않은 사람들의 ..
양송이 스프 느즈막이 일어난 휴일의 아침. 휴일의 첫 끼는 항상 고민이 된다. 주문해서 먹을까, 직접 가서 먹을까.  아직 무거운 몸과 잠에서 깬 머리가 서로를 힐난하며 자기주장을 했지만, 배달이 안되는 맛집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무거운 몸 달래면서 일어나 본다. 이번에 방문한 곳은 원주 파슬리. 평소에 사람이 항상 많은 유명한 맛집이라고 한다. 마침 휴일 오전이라 웨이팅 없이 입장할 수 있었다. 주문한 메뉴는 양송이 스프, 루꼴라 베이컨 바게트, 샥슈카. 그리고 잠을 깨워 줄 커피와 건강에 좋은 ABC 주스. 기다림은 길지 않았다.  우선 양송이 스프를 한 입. 뜨겁지 않고 따듯한 정도의 온도. 은은한 양송이 향기. 첫 끼로 먹어도 전혀 부담이 느껴지지 않는 소금의 자극. 그리고 스프의 고소함. 입에 들어온 순간..
햄버거 나는 아프면 햄버거를 먹는다. 아프면 소화기관의 능력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죽을 먹는 것이 정석이나, 나는 죽이 너무나도 싫었기 때문에 그냥 먹고 싶은 햄버거를 먹었고, 놀랍게도 회복이 된 경험을 하고 난 후, 난 아플 때 항상 햄버거를 먹는다. 오늘은 아프진 않지만, 문뜩 왜 아플 때 햄버거를 먹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햄버거를 먹어본다. 배달 어플은 참 재미있다. 인간의 손실 회피 성향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사용자가 가장 이득을 본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단계별로 잘 설계해 둔다. 우선 최소 금액은 12000원. 하지만 스테디셀러 메뉴는 12000원 이하. 그럼 사이드를 살펴보지만, 가장 싼 메뉴를 시키더라도 12000원을 훌쩍 넘어버린다. 그럼 17000원 이상 구매 시, 2000원 할인 문구가 ..
군만두 올드 보이.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지만, 늙은 소년이란 단순한 해석이 마음에 든다. 나이는 먹었으나, 머리는 소년의 그것인 사람. 따뜻하게 불어오는 11월 중순의 바람을 맞으며 부산으로 출장을 갔다. 업무 관련 행사 참여가 목적으로, 무거운 출장은 아니기에, 가벼운 반팔 차림으로 부산에 도착했다. 11월에. 수능 날이 따뜻했던 적이 있었나? 올해는 옷차림이 가벼운 그런 수능이 있었던 2024년이다. 낯선 날씨에, 어색한 기분으로. 부산까지 내려온 김에 특별한 무언가를 먹고 싶었고, 다양한 후보지가 생각났다. 돼지국밥, 밀면 등. 날씨를 생각하면 밀면이 너무 먹고 싶었으나, 부산에 온 김에 조금은 더 특별한 음식을 먹고 싶어서  “15년간 먹을 수 있는 군만두는 어떤 맛일까”라는 단순하기 그지없는 주제..
돈까스 한국 남자의 소울 푸드는 [제육 덮밥], [돈까스], [국밥]이라고 한다. 안타깝게도 난 전형적인 한국 남자로 판정되었다. 나는 경양식 돈까스, 분식 돈까스, 일본식 돈까스 모두 좋아하지만, 이번에 방문한 일본 다카마쓰 히가사의 돈까스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내가 18년도에 그곳을 처음 방문했을 때, 돈까스를 먹고서 깊은 감동을 느끼고는, 나도 모르게 그만 주인아저씨에게 “혼또니 오이시!”라고 외쳤던 가게다. 무뚝뚝한 주인아저씨가 활짝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무척 맛있었고, 다시 오고 싶었던 가게다.   그때의 맛을 추억하며 다시 방문한 히가사. 개인적으로 살짝 굳은 식감을 좋아하기에, 산더미 같은 밥을 살짝 덜어두고 식힌다. 작은 접시에 소금을 조금씩 덜어두고, 돈까스를 영접할 준비를 마친다.  ..
치킨 내가 가장 오랫동안 먹은 치킨은 바로 호식이 두마리 치킨이다. 지금까지 주문해 온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같은 동향에서 시작한 가게라는 점. 이곳에서 간장 치킨을 처음 맛봤고, 내 입맛에 참 잘 맞았다는 점. 가격이 싸고 양이 많았던 점. 등등이 있다. 자취를 처음 시작하면서, 먹었던 치킨인데, 어느새 서울에서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전국구 브랜드가 되었다. 물론 길을 걷다 서울에서 본사 건물을 발견하고서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긴 했지만.   나는 프렌차이즈의 경우, 지점마다 맛의 오차가 적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현재 거주하고 있는 곳에서 주문할 수 있는 가게 두 곳은 맛 차이가 너무나도 심했다. 한 곳은 눅눅하게 튀긴 치킨에 잡내가 나는 곳이고, 한 곳은 바싹하게 튀겨지고, 느끼하지 않아 치..
보리밥 오래전 참 자주 찾아갔던 보리밥 집을 갔다. 정말 오래전에 방문했던 가게라, 아직 영업을 하는지도 불분명했지만, 근처를 방문하게 되어 가보니 아직도 영업을 하고 있었다.가게 이름은 보리보리. 이곳은 돈이 없던 학창 시절 큰맘 먹고 방문했었다. 그때 당시 친하게 지냈던 지인과 항상 함께 방문했던 곳인데,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보리밥 정식과 보쌈 정식을 주문해서 나눠 먹었던 기억이다. 총 2만 원이 안되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2만 원이라는 돈이 참 무거웠던 시절이었다. 세월이 세월인지라, 음식의 가격이 많이 높아졌지만 이제는 혼자서 보쌈 정식을 먹어도 크게 무겁게 느껴지지 않더라.보쌈 정식이 나왔는데, 원래 이렇게 밥이 많았던 것일까? 어마어마한 양의 보리밥이 내 앞에 놓였을 때, 기쁨보다는 부담이..
푸젠 음식 업무차 중국 상하이에 다녀왔다. 다행히도 비가 내린 후라서 기온이 살짝 내려간 상태였다. 습도가 높아 덥긴 더웠지만, 햇빛이 따갑지는 않았다. 처음으로 중국의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었기에, 의미가 있는 출장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출장 가는 것을 남들보다 좋아하는 편이다. 메신저로만 대화하던 사람과 직접 만나서 그간 쌓인 오해들을 해소하고, 풀리지 않을 것 같이 팽팽했던 업무들을 직접 만나서 함께 풀어내고, 그들의 문화 속에서 함께 경험하며 서로를 이해할 기회라고 생각해서 출장을 좋아한다. 생소한 문화라서 낯설기도 하지만, 낯선 문화를 통해서 낯선 사람들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문화가 있으나, 나는 외국 음식을 경험하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중국의 식문화 인상은, [다양함]으로 정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