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동생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동생의 사무실로 찾아갔다.
조금은 늦어버린 생일 축하에, 미안한 마음을 조금 담아서.
생일 축하라고 해서 무언가를 준비한 건 아니다.
동생이 먹고 싶은 것을 함께 먹으며 사는 이야기를 할 뿐.
5월 말이라 옷차림이 참 다양하다.
바람이 아직 차다고 느낀 나는 긴팔을,
동생은 더운지 반팔을 입고 왔다.
동생은 붓카케 우동을, 나는 카게 우동을 주문했다.
옷차림에 맞게 시원한 우동과 따듯한 우동을.
붓카케 우동은 면이 길고 매끄러운 데다가 탄탄하여 한 입만 먹었음에도 기분 좋게 입안을 가득 채웠다.
레몬의 상큼한 향기를 시작으로, 적당히 쯔유를 머금고 올라와 시원하고 짭쪼름한 맛이 면 사이를 채워주었다.
입 안 가득한 면을 씹을 때도 즐거웠으나, 목구멍으로 넘어갈 때에도 우동은 주도권을 넘기지 않는다는 기세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넘어갔다.
이 녀석이라면 오늘의 주도권을 넘겨주어도 될 것 같다.
카게 우동은 따뜻한 국물에 어울리는, 부드러운 식감을 가진 면이었다. 그렇다고 존재감이 없지 않다.
붓카케 우동은 쾌활한 삼촌이라면, 카게 우동은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내온 이모 같은 느낌이랄까.
전분기가 있는 국물에 계란이 함껏 풀어져 있어 입안으로 부드럽게 들어와 주었다.
조금은 심심할 수 있는 식감을 면이 부드럽게 채워주니 이것 참 묘미이다.
붓카케 우동에 주도권을 뺏겨버린 목구멍의 투덜거림을 토닥거려 주는 맛이랄까.
친구와 함께 간 타카마쓰에서 먹었던 사누키 우동도,
명절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먹었던 우동도,
대학생 때 술을 왕창 먹은 후 편의점에서 먹었던 인스턴트 우동도,
그리고 오늘 동생과 함께 먹은 미타에서 먹은 우동도,
각자의 면이 있고, 각자의 국물을 가지고 있지만, 어느것이 가장 맛있다라고 하기엔 각자의 상황에서 각자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힘든 현실을 토로하는 나와 동생도,
취직이 힘든 20대도, 노후 걱정으로 힘든 60대도,
각자의 현실과 각자의 상황을 가지고 있지만, 그 어느 인생이 더 낫다라고 할 수 있을까.
각자의 인생은 각자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2024년 5월 어느날, 동생과 함께 먹은 카게 우동은 참 맛있었다.
참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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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정보
- 가게 이름
- 미타우동
- 위치
- 참고
- 15 ~ 17시 브레이크 타임.
- 석촌호수는 참 걷기 좋은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