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나는 아프면 햄버거를 먹는다.
아프면 소화기관의 능력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죽을 먹는 것이 정석이나,
나는 죽이 너무나도 싫었기 때문에 그냥 먹고 싶은 햄버거를 먹었고,
놀랍게도 회복이 된 경험을 하고 난 후, 난 아플 때 항상 햄버거를 먹는다.
오늘은 아프진 않지만, 문뜩 왜 아플 때 햄버거를 먹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햄버거를 먹어본다.
배달 어플은 참 재미있다.
인간의 손실 회피 성향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사용자가 가장 이득을 본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단계별로 잘 설계해 둔다.
우선 최소 금액은 12000원.
하지만 스테디셀러 메뉴는 12000원 이하.
그럼 사이드를 살펴보지만, 가장 싼 메뉴를 시키더라도 12000원을 훌쩍 넘어버린다.
그럼 17000원 이상 구매 시, 2000원 할인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별로 먹고 싶지 않은 사이드를 억지로 시킬 바에야 먹고 싶은 메뉴를 시켜서 할인까지 받는 것이 어떨까?라는 단순한 계산을 돌려둔다.
재미있게도 추가 메뉴도 차선책이지 먹어도 되고 안 먹어도 되는 그런 메뉴이다.
17000원을 채워 놓고, 결제를 하려고 하니 배달비가 눈에 거슬린다.
추가 서비스에 가입하면 배달비를 무료로 해준다는 문구가 보인다.
하지만 난 가입하지 않고, 알뜰이 추가 쿠폰을 적용해서 결제를 진행한다.
한 끼 식사에 다소 비싼 가격이지만, 만족스러운 기분이다.
난 치밀한 계산을 통해 소비를 진행한 합리적인 소비자니깐!
치즈 와퍼 세트에서 코우슬러로 변경, 음료는 제로 콜라를 주문.
2000원 할인을 받기 위한 새우 버거를 함께 시키고 기다려 본다.
20분 후, 배달 완료.
먼저 메인 메뉴인 와퍼를 먹어본다.
패티, 토마토, 양상추 등 모든 재료가 한 입에 들어오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수분기 없이 들어온 재료들은 서로 섞이지 않으려 하는데,
이때 기름기 가득한 소스가 재료 사이사이를 채워 맛을 조화롭게 만들어 준다.
조화로운 맛을 즐기고 난 후, 입 안에는 소스의 느끼함이 남아 있는데,
이때 코우슬러를 한 입 먹어 입 안을 개운하게 하고,
최후까지 남아 있는 느끼함은 콜라를 한 입 먹어서 입 안을 정리한다.
그리고는 반복.
만족스럽게 와퍼를 먹고 난 후, 새우버거를 먹어 본다.
사실 이미 배는 부른 상태이므로, 새우 버거를 먹어도, 먹지 않아도 되는 상태이지만,
난 합리적인 소비자라는 지위를 놓치지 않기 위해 맛있게 먹어 본다.
맛은 있지만, 역시 새우 버거는 롯데리아가 최고다.
만족스러운 소비가 더욱 만족스러운 식사를 만들어 준 듯하다.
오늘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햄버거가 영양학적으로 회복이 도움이 되었을 수도 있고,
우연히 회복하는 도중에, 뭘 먹어도 나았으나 햄버거를 먹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연히도 햄버거를 먹고 몸을 회복하는 경험을 했고,
이후로도 쭉 햄버거를 먹어오고 있다.
남들이 보기에는 이상하다고 느낄 수 있으나, 나는 햄버거가 내 몸을 회복시킨다고 생각한다.
아플 때 먹는 햄버거,
이렇듯 연관 관계가 적은 둘이라도,
둘 사이를 얇은 실로 이어 주기만 한다면, 의미가 생긴다.
그 의미는 나만의 것이라, 남들이 보기에는 이상할 수 있지만,
이런 얇은 실로 이어진 의미가 많으면 많을수록,
내 삶이 조금 더 선명해지는 기분이 든다.
P.S. 수제 버거집이 참 많아졌지만, 손쉽게 먹을 수 있는 프랜차이즈가 아직은 좋다.
- 맥도날드는 1955버거, 롯데리아는 새우버거, 버거킹은 와퍼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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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정보
- 버거킹
상세 정보
- 설문을 완료 하시면 버거 단품 구입시 세트로 무료 업그레이드 해드립니다.
- 행사 메뉴 및 딜리버리 주문 시 사용 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