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양송이 스프

완코 2025. 1. 31. 19:53

느즈막이 일어난 휴일의 아침.
휴일의 첫 끼는 항상 고민이 된다.
주문해서 먹을까, 직접 가서 먹을까. 
아직 무거운 몸과 잠에서 깬 머리가 서로를 힐난하며 자기주장을 했지만,
배달이 안되는 맛집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무거운 몸 달래면서 일어나 본다.

이번에 방문한 곳은 원주 파슬리.
평소에 사람이 항상 많은 유명한 맛집이라고 한다.
마침 휴일 오전이라 웨이팅 없이 입장할 수 있었다.

주문한 메뉴는 양송이 스프, 루꼴라 베이컨 바게트, 샥슈카.
그리고 잠을 깨워 줄 커피와 건강에 좋은 ABC 주스.
기다림은 길지 않았다.

 

영혼을 위한 양송이 스프


우선 양송이 스프를 한 입.
뜨겁지 않고 따듯한 정도의 온도.
은은한 양송이 향기.
첫 끼로 먹어도 전혀 부담이 느껴지지 않는 소금의 자극.
그리고 스프의 고소함.

입에 들어온 순간 거부감 없이 입안으로 스며들고,
삼켰을 때, 내 몸이 양송이 스프와 원래부터 하나인 듯 어우러졌다.
추운 날씨에 몸 안까지 채워지는 맛이었고,
나는 이 양송이 스프를 먹으며 영혼이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바삭한 바게트.
아삭한 야채.
짭짤한 베이컨.
상큼한 토마토.
고소한 치즈가 어우러진 루꼴라 베이컨 바게트 또한 훌륭한 맛이었다.
잘못된 비율이라면 전체적인 맛을 흐릴 수 있는 조합이라 생각했지만,
어느 하나 과한 맛없이 조화롭게 입안에서 느껴졌다.
그러고는 양송이 스프 한 스푼.

 


그리고 샥슈카 한 입.
샥슈카는 앞선 두 음식과 비교했을 때는 자극적인 맛이었다.
토마토소스의 강렬함이 다른 재료들을 관리하는 느낌이었다.
빵에 찍어서, 계란에 올려서, 야채와 함께 먹어도 토마토소스의 강렬함이 느껴졌다.

양송이 스프, 루꼴라 베이컨 바게트, 샥슈카로 이어지는 맛은,
나를 새벽에서 아침으로, 이윽고 점심까지 이어지게 만들어주었다.
나를 깨우고, 채우고, 깨닫게 하는 맛이었다.
그래서 브런치라고 하나보다.

 


오늘도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영혼이 채워진다는 말은 참 재미있는 말이다.
영혼이 비워질 때가 있어야 채워지기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영혼이 비워질 때는 언제일까 생각을 해본다.

나는 영혼이 비워질 때를,
내가 간접적인 목적을 위해 시간을 소비할 때라고 생각한다.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회사에 취직해서 돈을 벌어야 할 때,
건강을 위해 운동을 규칙적으로 할 때,
사회생활을 위해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할 때, (아, 난 내향형 인간이다.)
미래를 위해 현재가 괴로울 때, 내 영혼은 조금씩 비워져 간다.

그리고 비워진 영혼은 영혼을 비우면서 채워둔 것을 통해 채운다.
돈으로 맛있는 음식을 사 먹거나,
운동으로 건강해진 몸을 경험하거나,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비우고, 채우고, 비우고, 채우고를 하다 보면,
이전보다 영혼이 다양한 색깔로 채워진다는 느낌이 든다.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비우지 않으면 채워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워야 비로소 채워지는 법인데,
추운 겨울 날씨에 움츠러들어 몸과 머리를 비우지 않으려는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영혼이 채워질 그때를 기다리며,
오늘도 열심히 영혼을 비워야겠다.

 

P.S. 영혼을 비우는 것은 참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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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정보

  • 가게 이름
    • 파슬리
  • 위치

  • 참고
    • 시간대를 잘 맞춰서 가길 추천드림.